[한겨레] 경기도 “중증 장애인 사고위험”

월 60만원 일자리서마저 제외

“취업안돼 유일한 생계책” 눈물

일하려 장애등급 낮춘 사람도


경기 수원시 권선구에 사는 이아무개(42)씨는 최근 뇌병변 2급이던 장애등급을 3급으로 낮췄다. 중증 장애인일수록 돌아오는 혜택이 더 많은데도 이씨는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당장 굶어죽게 생겼는데 어떻게 합니까?”

이씨는 “장애등급 판정을 받은 뒤 몸이 일부 나아져도 스스로 장애등급을 내리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이번엔 공공근로를 계속하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경기도가 올해부터 1·2급 중증 장애인을 공공근로 대상자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지난해 12월 말 “중증 장애인의 경우 공공근로를 하다 사고가 날 위험이 있으니 대상자에서 제외하라”는 지침을 각 시·군에 내렸다. 이씨처럼 공공근로로 생계를 이어오던 중증 장애인들한테는 날벼락이었다.

이씨는 12년 동안 수원에서 거리청소를 하는 공공근로를 해왔다. 60만원의 저임금을 받는 불안정한 일자리이긴 했지만, 이씨가 1급 장애인인 아내와 같이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생명줄’이었다. 전자기능사 2급 자격증까지 있는 이씨는 그동안 입사원서를 들고 수백 차례 기업체를 돌아다녔지만 언제나 “나중에 연락하겠다”는 똑같은 말만 들어야 했다.

장애등급을 낮춘 이씨는 다행히 공공근로 대상자에 추가로 선발돼 지난 14일부터 다시 거리청소를 시작했다. 이씨는 “몸 상태는 그대로이고 장애등급만 바뀌었을 뿐인데, 보름 전에는 공공근로를 할 수 없었고 지금은 가능하다니 이게 도대체 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백아무개(50·지체장애 2급)씨처럼 외견상 장애 정도가 명백히 드러나 장애등급을 낮출 수조차 없는 이들은 더욱 난감한 처지다. 18살 때 기계에 끼여 오른손이 절단된 그는 한쪽 손으로 일하는 법을 터득해 미싱자수 일 등을 했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엔 전단지 배달 등으로 생계를 이어오다, 지난해 10월부터 석달 동안 공공근로로 안양시의 등산로 화장실 청소를 했다. 장애인이기 때문에 더 열심히 일했지만 사고는 한번도 없었다고 한다.

그는 “취업이 쉬우면 공공근로에 매달리지도 않는다”며 “사회적 약자를 보호해야 할 정부가 이렇게 막무가내로 장애인을 일터에서 몰아낼 수는 없는 일”이라고 억울해 했다. 그는 최근 화병까지 얻었다.

임수철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정책팀장은 “사고 위험이 있으면 안전대책을 마련하는 게 우선이지, 되려 일자리를 빼앗는 것은 너무나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는 “각 시·군 공공근로 현장 담당자 회의에서 사고 위험이 있다는 의견이 나와 지침을 마련한 것”이라며 “4월부터는 1·2급 장애인이라 하더라도 실질적인 노동 능력이 되면 일할 기회를 주는 방안을 권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기도에서는 30여개 시·군에서 모두 9천여명이 공공근로를 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장애인은 10% 안팎으로 추정된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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