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세모녀 죽음 100일을 진단하며

-빈곤문제 해결을 위해 부양의무자기준폐지,

기초법의 ‘올바른’ 개정을 요구한다!


세모녀의 죽음이 지난 2월 26일 세상에 알려진지 100일이 지난 오늘, 그간 발표된 대책에 대해 진단하고 송파 세모녀 죽음의 진짜 책임과 해결책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알려진 바와 같이 송파 세모녀는 어머니의 음식점에서 일 하는 월급 150만원의 수입 외에는 고정적인 수입이 없었다. 첫째 딸은 고혈압과 당뇨에 시달리고 있었으며, 둘째 딸은 만화가가 되고자 했으나 이에 따른 수입은 없었고, 부정기적인 아르바이트로 가계수입을 보충했다. 퇴근 길 빙판길에 넘어져 팔을 다친 어머니와 두 딸은 송파구 반지하방 월세와 공과금 70만원을 봉투에 넣어두고 ‘죄송합니다’ 라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정부여당과 정치권은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은 대책을 내놓았다.

1) 복지부: 일제조사를 통한 복지 사각지대 해소

2) 정부여당: ‘복지3법’의 조속한 통과 주문

3) 새정치민주연합: 세모녀법 발의

우리는 위 세 가지 대책이 가진 문제점과 한계를 다음과 같이 비판하는 바이다.



1)현행 법은 세모녀를 구하지 못한다 -현행 제도와 일제조사의 한계

현행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세 모녀가 기초생활수급 신청을 했을 시 근로능력이 있기 때문에 신청을 받지 않았을 소산이 크다. 근로능력이 있는 가구에 부과되는 추정소득 때문이다. 기초생활수급신청시 기준이 되는 3인가구 최저생계비는 132만원이지만 세 모녀의 추정소득은 최소 180만원 이상이 될 것이다. 현재 법 상에는 근로능력 유무와 관계없이 기초생활수급 신청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으나 근로능력은 실질적인 진입장벽으로 기능하고 있다.


긴급복지지원은 주 소득자의 사망, 가출, 행방불명 및 화재 등 긴급한 몇 가지 사유에 한정해 지원하고 있다. 송파 세모녀의 상황을 ‘주소득자의 중한 질병 또는 부상’으로 볼 수도 있으나 실제 신청하러 갔다면 ‘멀쩡한 두 딸은 뭐하냐’는 면박을 들었기 십상이다. 현행 법과 제도는 너르게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 자격과 긴급복지지원제도를 규정하고 있는 것 같지만 실상 그 운영은 다르다.


이런 문제 때문에 ‘사각지대 일제조사’는 처음부터 그 한계가 분명했다. 지난 3월 일제조사 결과 발표(보건복지부)를 통해 보면 전월, 전년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한 7만 4천명이 복지지원을 신청했다. 그러나 긴급복지, 기초생활보장의 지원완료는 단 6천 7백명에 그쳤으며, 1만6천명이 민간자원으로 연결되었다. 이는 전체의 33%에 불과하다. 지원절차가 진행 중인 이들 중 기초생활보장 지원절차 진행 중은 2만명 정도인데, 기초생활보장제도 선정은 2주, 최대 한 달 안에 그 결과를 통보하도록 되어 있다. 이를 감안하더라도 전체 신청자 7만명 중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보장하는 인원은 보장여부 미결정자와 결정자를 합해 2만 2천명에 불과한 것이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자는 2009년 157만명에서 현재 130만명을 넘나드는 정도로 줄어들었다. 이는 통합전산망 도입 및 기초생활수급자 숫자를 줄이기 위한 일관된 정책방향 하에 가능했다. 이 상태에서 일제조사를 통해 민간자원을 대강 연결해주고 지원을 마무리하는 것은 ‘사각지대 해소’가 아니라 집중된 이목과 책임 추궁을 피하기 위한 ‘면피행위’에 불과하다.



2. 박근혜 정부의 복지3법은 공약파괴 3법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3월 4일 국무회의에서 세 모녀를 언급하며 지난 임시국회에서 복지3법이 처리되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복지3법은 공약파괴 3법이며,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더라도 송파 세모녀는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했을 것임을 분명히 하는 바이다. 박근혜정부와 복지3법은 기초연금법, 기초생활보장법, 장애인연금법이다. 기초연금법은 모든 어르신께 20만원을 드리겠다는 본인의 공약을 파기한 것일 뿐만 아니라 국민연금과의 연계로 국민의 노후를 불안정하게 만들었다. 장애인연금 역시 모든 장애인에게 2배인상이라던 공약을 파기했으며 일부 인상을 조치하는 것에 그쳤다.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은 최저생계비 해체로 기초생활보장법 자체를 약화시킬 법안으로 그 위험성이 심각하다.


이번 기초법 개정안이 설사 통과되었다 할지라도 여전히 송파 세모녀는 급여를 보장받을 수 없었을 것이다. 추정소득은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진정 복지사각지대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양의무자기준 및 가짜 소득의 문제(재산의 소득환산율, 추정소득, 간주부양비)를 해결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빈곤의 진짜 문제를 해결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3. 새정치민주연합의 세모녀법 -실효성보다 실현가능성에 급급

새정치민주연합의 세모녀법은 △긴급복지지원법 개정안(김한길의원)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안철수의원) △사회보장수급자의 발굴 및 지원법 제정안(최동익의원)이다. 이들 법안은 기존 제도의 기준을 일부 완화하거나 법제화하는 것이 내용이다.


우선 긴급복지지원법 개정안의 경우 그 지원대상에 대해 ‘지자체 장’이 판단할 수 있도록 하고, 현행 최저생계비 150%(생계급여 120%)이하 가구에게 지원하는 것을 250%로 확대하는 것이 그 내용이다. 세모녀는 긴급복지지원대상이 되지 않는 것이 문제였고, 지자체 역시 이들 가구의 상황에 대해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지자체장이 이를 판단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해서도 쟁점이 있을 것이다.


기초생활보장법 일부 개정안의 경우 핵심 내용은 △부양의무자기준 완화(1촌내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 배우자 조항 삭제. 65세 이상 부양의무자에게 부양의무 부과하지 않음) △부양의무자가 있지만 부양받을 수 없는 경우를 법제화하고 소득기준을 완화한 것이다. 이 법안은 실현가능성은 굉장히 높다. 왜냐면 부양의무자기준의 배우자조항 삭제는 이미 많은 의원들이 요구한 사항이었고, 부양의무자가 있으나 부양받을 수 없는 경우는 원래 대통령령으로 있던 내용을 법안에 포함시킨 것에 불과하며, 부양의무자 소득기준 완화의 경우 박근혜정부(새누리당)의 안과 동일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실현 가능성 높은 이 법안은 실제 사각지대를 얼마나 해소할 수 있을까?


부양의무자의 범위완화는 이미 이뤄진 바가 있었으나 기초생활수급자 숫자를 전혀 늘리지 못했다. 송파 세모녀 역시 세모녀 법을 통해 지원받을 수 있는 길이 없다. 실효성이 아닌 실현가능성에 급급해 ‘선언’하는 것으로 복지에 대한 실천을 대체하려 한다면 우리 사회 빈곤문제는 조금도 해결되지 않을 것임을 새정치민주연합에 경고한다.



빈곤문제의 진짜 해결을 위해 빈곤층에 대한 우선 지원을 두려워하지 말라

송파 세모녀의 죽음이 우리 사회에 알려진지 100일이 지났고, 그 사이 지방선거가 치러졌다. 공약파기로 점철된 대통령선거의 후과인지 이번 지방선거는 ‘공약’이 아니라 인신공격과 거짓 선전으로 가득했다.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유행따라 실은 공약을 믿고 정치인을 뽑아야 하는 불행한 세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빈곤문제 해결을 위해 다음과 같은 사항이 개선되어야 하며, 그렇기 않으면 우리는 가난한 이웃들을 잃게 될 것임을 경고한다.



1. 부양의무자기준 폐지가 필요하다

부양의무자기준 때문에 기초생활수급자조차 되지 못하는 이들이 117만명이나 있다. 더 이상 가난한 이와 그 가족들에게 복지의 책임을 떠넘기는 빈곤의 족쇄, 부양의무자기준을 폐지하자.


2. 최저생계비 이하 모든 국민들에게 이유를 불문하고 최저생계비를 보장하라

현행 기초생활보장법은 추정소득, 간주부양비, 재산의 소득환산 등 다양한 기준으로 실제 최저생계비 미만으로 생활하는 가난한 국민들을 복지의 바깥으로 떠밀고 있다. 적절한 기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겠으나 최저생계비 미만으로 살아가는 모든 국민들에게 우선적으로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책임이다.


3. 기초법 개악 중단하고 빈곤층과 직접 대화하라

박근혜정부와 새누리당은 개별급여 도입을 핑계로 기초법을 개악하려 하고 있다. 기초생활보장법 개악 시도 일체를 멈추고, 현재 발의되어 있는 새누리당의 기초법 개정안은 전면 철회되어야 한다. 대통령이 직접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을 국민에게 제안하고 대화하는 것은 빈곤문제 해결의 첫 걸음이 될 것이다. 기초법 개악 전면 중단하고, 빈곤층과 직접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에 대해 대화하라.



2014년 6월 5일

송파 세모녀의 죽음 100일, 다시 한번 세모녀와

가난 때문에 세상을 떠난 모든 분들의 영면을 기리며

빈곤사회연대

공공노조사회복지지부, 관악주민연대, 광진주민연대, 금융피해자연대 해오름, 노동당, 노들장애인야간학교, 동자동사랑방, 민생경제연구소, 민주노총,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반빈곤네트워크(대구), 반빈곤센터(부산), 불교인권위원회, 빈민해방실천연대(민주노점상전국연합‧전국철거민연합), 사회주의노동자정당건설공동실천위원회, 사회진보연대, 서울복지시민연대, 성공회나눔의집협의회,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성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장애여성공감,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전국빈민연합(빈민해방철거민연합‧전국노점상총연합),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국학생행진, 정태수열사추모사업회, 주거권실현을위한국민연합, 주거권실현을위한비닐하우스주민연합, 중랑장애인자립생활센터, 천주교빈민사목위원회, 천주교인권위원회, 최옥란열사추모사업회, 평화주민사랑방, 한국백혈병환우회, 한국빈곤문제연구소, 한국지역자활센터협회, 한국주민운동정보교육원, 향린교회, 현장실천사회변혁노동자전선, 홈리스행동